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진도 빅마린호를 타고 복사초에서 아버지와 함께한 빅게임(대방어)·농어 타이라바·감성돔 까지... 바다가 주는 평온함, 가족과의 시간, 나눔의 따뜻함이 담긴 조황보다 소중했던 하루를 기록했습니다.
2025년 11월 22일, 음력 10월 3일.
물때는 10물, 저조 05:59, 고조 12:36.
날짜를 적어 내려가면서도 그날의 차가운 공기와 잔잔했던 바다가 다시 떠오릅니다.
요즘 이런저런 일로 제대로 마음을 쓰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출조는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떠났습니다.
‘조과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그런 마음이 깔려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 진도 빅마린 출조
진도에서 루어 낚시로 손꼽히는 빅마린 선사.
특히 점심이 맛있기로 유명해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항하는 순간,
아버지와 나란히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바다는 늘 그렇듯 사람이 복잡하게 껴안고 사는 고민들을
조용히 덜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아버지도 한참을 바다만 바라보셨죠.
그 모습만으로도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버지의 첫 히트, 그리고 환한 미소
포인트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왔다!” 하고 외치셨습니다.
묵직하게 휘어지는 로드, 서서히 풀려나가는 스풀 소리.
누가 봐도 큰 녀석이었습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건 대방어.
처음 오신 자리에서, 첫 입질에 이렇게 큰 녀석을 만나다니…
저는 제 고기보다 아버지의 대방어가 훨씬 더 기뻤습니다.
얼마 후엔 감성돔 한 마리까지 추가.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시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챙기지 못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살짝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 동생도 연달아 대방어
곁에 있던 동생도 금세 히트.
이번에도 대방어였습니다.
아버지와 동생이 번갈아가며 고기를 올려내는데
저는 채비 챙겨드리느라 정작 낚시는 거의 못 했지만…
희한하게도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두 분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제 하루가 아니라
가족의 하루가 완성되는 느낌이었거든요.
■ 잡은 고기, 따뜻한 나눔
귀항 후 잡은 고기들을 손질해
동네 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렸습니다.
“이렇게 귀한 걸…” 하며 고마워하시던 어른들의 얼굴.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버지가 늘 나눔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제가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이 날의 조행은 단지 낚시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늦은 밤의 귀가, 그리고 작은 휴식
집에 도착한 건 이미 깊은 밤.
뒷정리는 다음 날로 미뤄두고 바로 잠들었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이런 날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더군요.
■ 감성돔과 참돔, 그리고 굴보쌈
다음 날 아침, 가져온 감성돔과 참돔 한 마리씩 손질해
옆에서 김장을 했다고 가져다 준 김치와 함께 굴보쌈을 준비했습니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며 하루를 되돌아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 뭐 있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면 그게 행복이지.”
그 단순한 진리를
바다가, 가족이, 그리고 이 하루가 다시 알려준 날이었습니다.
■ 오늘의 기록
이번 진도 출조는 조과보다 값진 것을 남겼습니다.
아버지의 미소, 동생의 즐거움, 그리고 함께한 시간 속의 따뜻함.
피곤했지만 행복했고,
적지 않은 고민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이 환하게 밝혀졌습니다.
앞으로도 삶이 복잡해질 때마다
이날의 바다와 가족의 웃음을 떠올리며
천천히, 단단히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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