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첫 완도 방어 지깅.
기대만큼이나 긴 하루였고, 아쉬움도 있었지만 결국 짧고 강렬한 우당탕으로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그런 출조였습니다. 이번 글은 출조 시작부터 회 떠서 나누기까지의 하루 전체를 담은 리얼 후기입니다.
🌙 03:00 광주 출발 — 자동으로 깨어나는 낚시꾼의 몸
낚시 가는 날엔 알람보다 몸이 먼저 깨어나는 건 진리입니다.
미리 2시에 알람을 맞춰놨음에도 불구하고
01시 50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 눈이 떠졌습니다.
03시 정각에 광주에서 출발.
어두운 시골 도로를 달리는 동안 차 안은 조용했지만,
서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한 번 해보자.”
두 시간 남짓 달려 05시, 완도항 도착.
칠흑 같은 새벽 공기 속에서 비릿한 바다 냄새가 느껴지는 순간,
몸이 먼저 긴장됩니다.
항구 곳곳에는 이미 여러 조사님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배의 엔진 소리도 미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 07시 만조 — ‘조금만 더 일찍 출발했으면…’ 하는 아쉬움
이날 만조는 07시 전후였습니다.
즉, 초날물 전후 및 동트기 직전 가장 활성도가 활발할 타이밍을 놓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만 더 일찍 출항했으면 초날물 피크를 누릴 수 있었겠다”
하는 아쉬움이 항구에서부터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바이브호 출항은 06시.
그러나 포인트까지 약 2시간 20분이 걸리기 때문에
초날물의 황금 구간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배 위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했습니다.
지깅은 물 흐름이 생명이기 때문에
초날물 타이밍은 하루 조황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초 날물은 놓쳤지만 오늘 초들물만 살아주면 된다…”
스스로에게 위안하며 출항 준비를 마쳤습니다.
🚢 지깅 전용 배의 매력 — 넓은 선실과 한강라면 기계
바이브호의 큰 장점은
지깅 특화 선박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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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는 배 한쪽 라인에서만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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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실은 넓고 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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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정리 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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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면 잠깐 누울 자리도 있음
특히 마음에 든 건 한 가지 더.
🍜 한강라면 기계 + 다양한 간식들
컵라면, 과자, 초콜릿, 커피…
출출할 때 허기 채우기 좋은 간식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바다가 잠잠한 오전 시간,
살짝 지칠 때 라면을 끓여 먹는 그 맛이란…
그 순간만큼은
“지금 우당탕 없어도 괜찮다…”
라는 헛된 마음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 06:00 출항 → 08:20 포인트 도착
해가 막 떠오르는 타이밍에 출항.
엔진음과 함께 어둠을 뚫고 나가는 순간,
출조의 기분이 본격적으로 올라갑니다.
바다는 잔잔했고, 파도도 거의 없었습니다.
단 하나의 문제만 빼고요.
물이… 안 갑니다.
🐟 09~12시, 물 죽은 지옥의 시간 — 조과는 낱마리
도착하자마자 지깅을 시작했지만
예상대로 물 흐름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지그가 내려가도
“아, 그냥 바닥에 박혔구나”
싶을 정도로 생동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가끔씩 올라오는 방어들이 작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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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80cm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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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릿수는 적지만 체고 좋은 중방어~대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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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 과정에서 릴 드랙 소리가 꽤 시원하게 나올 정도
문제는 12시까지 낱마리 패턴이라는 것.
초들물도 아니고, 초날물은 이미 지나 버렸고,
물 흐름이 완전히 죽어버린 상황에서
정말 인내심만으로 버티는 오전이었습니다.
이때 한강라면 기계가 없었으면…
정말 지루함의 극을 맛봤을 겁니다.
🔥 12시 이후, 초들물 시작과 함께 진짜 배가 난다
조금씩 물이 움직인다 싶던 순간,
갑자기 배 전체가 활기를 얻었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후킹 성공.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바로—
30분의 우당탕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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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이 찢어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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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가 허리까지 휘어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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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님들의 짧은 비명과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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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 성공 후 터지는 박수
정말 ‘방어가 쳐들어온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했습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약 30분.
딱 그 정도의 피크.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요해진 바다.
👊 첫 지깅 도전 일행도 성공적인 데뷔
함께한 일행 중 한 명은
지깅을 처음 해보는 완전 초보였습니다.
초반엔 줄 꼬이고, 지그 제때 못 올리고,
전동릴 고장나고, 파이팅 자세도 엉성했지만…
초들물 우당탕 타이밍에
드디어 그의 릴에서도 찌이이익—! 드랙이 터져 나왔습니다.
잠겨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며
“왔다 왔어 왔어!”
라고 외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랜딩 성공.
첫 지깅에서 굵직한 방어 한 마리.
이보다 멋진 데뷔가 있을까요?
이렇게 우리 일행은 짧은 시간에
강하고 진한 몸 맛을 보고 일정을 마무리 해야 했습니다.
🍣 완도 선옥이네에서 회 손질 → 지인들과 나눔
낚시를 마친 뒤에는
완도에서 낚시꾼들에게 회 손실로 유명한 **‘선옥이네’**로 이동해 회 손질을 맡겼습니다.
배 위에서 고생 끝에 잡은 방어라 그런지
회 한 점이 유난히 고소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인들에게 넉넉히 나눔도 했습니다.
잡은 고기를 나누는 그 순간이
낚시가 주는 행복 중 가장 큰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총평 — 아쉬움과 만족이 공존한 하루
🔵 아쉬웠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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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만조라 조금 더 일찍 출항했다면 초날물 피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배 출항 시간이 늦어 초날물을 온전히 누리지 못함 -
오전 전체 물이 죽어있어 체력 소모가 컸음
🔵 좋았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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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마리였지만 전부 굵은 중방어~대방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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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들물 타이밍 30분 우당탕은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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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호 라면기계 + 간식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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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선실 덕분에 체력 안배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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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지깅 일행도 손맛 성공
🎣 정리
초날물을 놓친 아쉬움이 컸지만,
그 아쉬움을 단번에 씻어낼 만큼
짧고 굵은 우당탕이 있었던 출조였습니다.
다음에는
만조 시간 계산해서 더 이른 출항이 되었으면..
그리고
초날물 + 초들물 두 타이밍 모두 잡는 일정으로 스케줄을 잡아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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